일정 규모 이상의 복잡한 사회가 되면, ‘어떤 집단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한다’고 느껴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. 이는 “이 사람들이 의지가 없어서”라기보다는, 구조적·환경적·역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. 아래에서 몇 가지 관점을 살펴볼게요.
1. 규모의 경제와 고도화된 생산 체계
- 대규모 생산∙분업 체계
-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, 규모의 경제(economies of scale)가 커지고, 표준화·자동화 기술이 발달합니다.
- 이를 통해 적은 인원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죠.
- 예를 들어 제조업 자동화, 소프트웨어/플랫폼 기반 서비스 등은 상대적으로 특정 숙련 노동이나 아주 적은 수의 전문 인력이 전체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게 만듭니다.
- 고용 구조의 변화
- 그러면 기존 노동력 중 상당수가 ‘(전통적 의미에서) 생산 과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’ 역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.
-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지만, 대부분 고도화된 숙련(IT, 데이터 사이언스, 고등 서비스업 등)을 요구하거나,
- 극도로 저숙련(단순 서비스, 파트타임) 쪽으로 양극화되기도 합니다.
- 그 중간 지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일종의 ‘사회적 주변부’로 떠밀려, “내가 뭘 기여하고 있는 걸까?”라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죠.
- 유령화된(Disenfranchised) 대중
- 대규모화된 시장경제 속에서 ‘필요 노동력’은 줄어들고, 나머지 사람들은 (학습 기회를 못 얻거나, 환경적으로)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.
- 그 결과, “사회에 뚜렷한 역할을 못 찾는 이들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, 본인들도 무력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죠.
2. “쓸모없는 계층” 담론: 자본주의·기술 발전의 부산물
- 유발 하라리(Yuval Noah Harari)가 말한 ‘쓸모없는 계급(The Useless Class)’
- AI와 자동화, 자본 집중 현상 등이 가속화하면,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게 된다는 시각.
- 이들은 ‘기술적으로 대체 가능’하거나, ‘새로운 능력 습득 기회에서 소외’되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진다.
- 사회가 기본소득을 제공할지는 모르지만, 실제로는 사회적 의미나 인정을 찾기 힘들어 ‘무기력한 상태’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.
- “블루오션”이 줄어드는 시대
-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, 한 분야가 자동화되면 새로운 산업이 열려 상당수의 인력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. (예: 자동차 산업, 가전∙전자산업 등)
- 그러나 기술 혁신 속도와 규모의 경제가 더욱 극단화된 현재는, 새로 생기는 산업조차 적은 인력으로 구동되거나 지식 노동 중심이라,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.
- 노동의 ‘의미’ 약화
- 단순히 일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게 아니라, “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, 자아실현의 기회가 되느냐”도 문제입니다.
- 많은 현대인들이 “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?”라는 정신적 공허를 호소합니다.
- ‘의미가 없는 일자리’(bullshit jobs)라는 담론도 여기에 해당하죠. 일을 하긴 하는데, 사회적으로 큰 기여가 느껴지지 않거나, 그 일을 수행하는 본인도 의문을 품는 상황입니다.
3. 인구 증가와 현대 사회 시스템의 긴장
- 인구 증가 = 경쟁 심화
- 전체 인구가 많아지면, 당연히 경쟁은 치열해지고, 자원(교육·일자리·사회복지) 분배가 더 세밀해져야 합니다.
- 선진국조차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, ‘만성적 실직 상태’ 혹은 ‘아르바이트 수준’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인구가 많아집니다.
- 이들은 사회에 ‘큰 비용’을 발생시킨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, 반대로 ‘제대로 된 기회를 못 받는’ 희생자로 보기도 합니다.
- 도시 집중화와 주변부의 증가
- 도시에 인구가 몰려들수록, “내가 여기서 어떤 전문성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?” 하는 고민이 커집니다.
- 하지만 고도 경쟁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늘어나면, ‘의미 있는 기여’를 체감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, 파트타임 노동, 실업 상태로 밀려나기도 하죠.
- 결과적으로, 도시는 확장되지만, 사회적 주변인도 늘어납니다.
- 복지·교육 시스템의 과부하
- 인구가 늘고, 사회 문제가 복잡해질수록, 국가나 지자체는 복지·교육·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.
- 그러나 예산 제한과 정책 우선순위 등 현실적 한계로 인해,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제때 필요한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.
- 이로 인해 교육·훈련 기회에서 소외되거나, 돌봄·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성장 정체를 겪는 집단이 생깁니다.
- 결국 이들도 “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” 상태에 머무르게 되죠.
4. 문화·심리적 측면: ‘소속감’과 ‘자아 실현’의 결핍
- 사회적 인정의 구조가 변함
- 과거엔 마을 공동체, 전통 농업, 대가족 제도 등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역할들이 있었습니다.
-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, 도시화, 개인주의 확산으로 인해 “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” 느낌이 커졌습니다.
- 기업이나 조직에 속해도, 경쟁이 치열하고, ‘성과가 없으면 즉시 도태’된다는 압박감이 많습니다.
- 이런 소속감 부재는, “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”는 심리적 소외감으로 이어집니다.
- 타고난 환경 차이
- 누군가는 양질의 교육과 넉넉한 지원을 받아 ‘유망 분야 전문가’로 성장하지만,
- 누군가는 빈곤, 가정 불안정, 학습 기회 부족 등을 겪어 사회적으로 활약할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.
- 이들을 단순히 “노력 부족”으로 치부하기엔, 구조적 격차가 너무 크죠.